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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키우며 후회한 순간들

by friendgia 2026. 3. 25.

  식물을 키운다는 건 저에게 오랫동안 여유롭고 안정적인 일상이었습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던 전업 주부 시절에는 아침에 일어나 식물들을 살펴보고, 식물 상태를 확인하고, 햇빛이 잘 드는 자리로 옮겨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하루의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고 그 변화 속에서 식물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식물을 키우며 후회한 순간들
식물을 키우며 후회한 순간들

 

1. 바쁜 직장 생활로 물주는 시간을 놓쳤던 날들

  전업 주부였을 때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식물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흙이 조금만 말라도 바로 물을 줄 수 있었고, 잎 상태가 달라지면 즉시 원인을 찾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 이후에는 아침 일찍 집을 나가 저녁 늦게 돌아오는 날이 많아졌고 식물을 돌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바쁜 일상으로 식물이 있었다는것 조차 잊을 때도 많았습니다.  당연히 물 주기는 뒷전이 되었습니다. '누가 식물을 죽이는가'의 의문이 풀리기도 하는 순간이긴 했습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흙은 말라 있고 식물도 말라 노랗게 죽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급하게 물을 줬지만 이미 죽어버린 식물은 예전처럼 회복하지 못했고, 그 모습을 보며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

 

2. 식물보다 일을 우선하게 되면서 생긴 마음의 거리감

  일을 시작하면서 생활의 중심이 집 안에서 직장으로 옮겨갔고, 자연스럽게 식물에 쏟는 관심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식물의 작은 변화가 금방 눈에 들어왔지만,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니 며칠 동안 식물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날도 생겼습니다. 특히 퇴근 후에는 피곤함 때문에 바로 쉬고 싶은 마음이 커, 화분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식물을 신경 쓰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식물과의 거리감도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의 루틴이었던 식물 돌봄이 어느 순간 ‘해야 하는 일’로 느껴졌던 때도 있었습니다. 

 

3. 식물을 보며 느꼈던 죄책감

  가장 크게 후회가 남았던 순간은,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화분을 자세히 살펴봤을 때 식물이 심하게 말라 있던 날이었습니다. 잎은 누렇게 변해 있었고, 일부는 이미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내가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미안한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식물에 들어간 시간과 돈도 생각나지 않는건 아니었습니다. 식물 상태가 나빠지기 전까지는 변화가 눈에 잘 띄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자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죽은 식물을 정리하면서 마음 한쪽이 오래도록 불편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지금은 산 경험이 되었습니다. 

 

 

  식물을 키우는 일은 단순히 물을 주는 걸 넘어, 꾸준한 관심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전업 주부에서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삶으로 바뀌면서 생활의 루틴도 달라졌고, 그 과정에서 식물들이 소홀해졌던 것은 어쩔 수 없는 변화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돌보고 있다는 책임감은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처분되는 화분의 모습을 보았을 때 더 큰 후회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식물의 수를 조금 줄였고, 제 생활 패턴에 맞게 관리할 수 있는 만큼만 키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최소한의 시간을 정해 식물을 확인하는 습관을 다시 만들면서,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금씩 방법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더 부지런해 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식물을 다 잘 키우는건 아닙니다. 식물을 키운다는 건, 결국 나의 생활과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는 점을 뒤늦게나마 배우게 되었습니다. 저의 식물 사랑이 계속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